상처와 밴드.

#1.

  손을 다치는 것에 더 예민해진 요즘에도 사고는 늘 예고없이 찾아온다. 다치고 나면 상처에 대한 아픔보다는 불편함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왼손이라며 조금은 안도하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모든 일에 존재감을 남긴다. 그 속에서 왼손잡이 만큼이나 왼손을 많이 쓰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때론 상처가 새로운 나를 알려주기도 하는구나.

#2.

  손가락을 다쳤지만 기타를 놓을 순 없으니 밴드를 꼼꼼히 둘렀다. 몇몇코드를 잡기가 어렵긴 하지만 연주를 할 수 있는게 어디인가. 그래도 상처의 표면보단 뼈속 깊은 곳이 아픈 느낌이다. 작은 상처였지만 생각보다 더 깊게 베였나 보다. 그러다 얼마 안가 밴드를 떼어버렸다. 늘 회복이 빠른편이기도 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을 오래 붙이고 다니는 성격이 못되니. 의외로 아프지 않았고,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다. 아직은 쓸만한 몸이구나 하고 웃음도 짓게 된다.

  그래도 격한 연주를 할 일이 있어서 혹시나하고 밴드를 다시 붙였다. 그러자 이상하리만큼 움직임도 소심해지고, 전에 없었던 통증도 느껴진다. 분명 상처는 전 날보다 더 회복됐을텐데도 말이다. 문득 조금은 아물고 있는 마음속 상처에도 큰 밴드를 붙여놓고 실제보다 더 아파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 속 밴드도 떼어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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