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Aging)

  모든 악기는 연주자의 스타일에 따라 길들기 마련이다. 기타처럼 다양한 연주방법을 가진 악기는 그 스펙트럼이 더 넓을 수도 있겠다. 한편, 기타와 같은 목악기에서는 에이징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져 꽤나 큰 차이를 내기도 한다. 목재의 에이징이라고 해봐야 목재 속에 있는 수분이 마르면서 더 가벼워지고 섬유질이 견고해지는, 그래서 진동에 더 민감해지는 정도인데 막상 오래된 기타를 쳐보면 그 이상이 느껴질 때가 많다.

  7~8년 전, 하이엔드 기타를 여러대 가지고 계시는 어느 목사님의 기타를 우연히 쳐보게 됐다. 그 날은 기타의 표준이라 불리는 마틴 D-28을 가지고 오셨는데 내가 D-28을 처음 쳐본 날이었다. 더 좋고 비싼 기타도 여러대 있다는 목사님의 너스레 속에서 연주해 본 D-28은 기대와 다르게 굉장히 먹먹하고, 성량도 작았다. 이 기타가 이럴리가 없는데 하고 곱씹다가 목사님의 연주를 보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시종일관 아주 아주 작고 얕은 스트로크로만 연주했다. 어찌보면 자기 능력의 반도 못써본 몸이 덜풀린 기타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후 많은 D-28을 쳐봤지만 다 제각각이었던것 같다. 오랜 세월 연주자의 스타일이 녹아 에이징된 결과일 것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연주를 즐기는 내 기타는 늘 멋지게 에이징이 되고 있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문득 나 스스로는 어떤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과연 익어가는 기타소리에 부끄럽지 않은 연주자인가? 나이에 걸맞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기타 치며 하루를 정리하다가 하루씩 더 깊어가는 내 기타소리에 부끄럽지 않은 멋진 사람이 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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