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목의 고갈에 따른 본의 아닌 재테크?

  작년 말, 단골 악기점 사장님께서 '앞으로 기타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고 운을 떼셨습니다. 이유를 여쭤봤더니 기타에 쓰는 대표적인 음향목인 인디안 로즈우드의 수출입이 까다로워져서 원가상승이 불가피하다고.. 

  궁금해서 조금 더 찾아봤더니 2017년 1월 2일에 개정된 CITES(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 협약)에서 약 250여종의 로즈우드를 관리수종으로 포함시켰다고 합니다. 따라서 엄격해지는 반입, 반출의 영향으로 로즈우드의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고가 기타가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저가 기타의 지판에도 인디안 로즈우드를 쓰고 있으니 거의 모든 통기타 가격은 오른다고 봐야겠습니다. 또, 로즈우드의 가격이 오르면서 다른 목재의 가격에도 영향을 줄테니 생각보다 파급이 더 클지도 모르겠군요.


  제 기타의 측후판은 마다가스카 로즈우드로 되어있습니다. 이미 일찌감치 CITES의 관리수종으로 지정되었던 목재입니다. 또, 마틴 코리아의 정보에 의하면 현재 독재정권에 점령된 마다가스카와 무역거래를 하지 않기로 유엔협약이 되어 있어서 더 구하기 힘든 목재가 됐습니다. 그래서 제 기타는 단종된 상태이며, 앞으로도 마틴에서는 초고가 모델을 제외하고는 마다가스카 로즈우드를 사용한 기타의 생산을 줄이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커스텀오더로는 마다가스카 로즈우드를 사용할 수 있길래 제 기타와 거의 같은 사양으로 커스텀오더를 넣어봤더니 어마어마한 가격이 나오네요. 몇가지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산 가격의 두배가 넘습니다. 소리가 마음에 들어서 산 기타가 본의 아니게 재테크가 되는 순간이네요. 물론 관리가 어렵고, 소모품의 성격이 강한 기타로 재테크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지만, 연주자라면 자기 기타의 가치 상승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결과를 보고나니 기분이 좋습니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나무로된 기타가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요. 나무가 자라는 속도보다 베어 쓰는 속도가 훨씬 빠르니 언젠간 이런날이 올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빨리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꽤 괜찮은 사양의 기타를 가지고 계시다면 쭉 쓰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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