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연주시 손가락 아플 때 쓴다는 고릴라팁스 사용해보니..

  기타를 처음 접하면 가장 힘들고 당황스러운 점이 바로 손 끝이 굉장히 아프다는 것입니다. 이 때 '손가락이 아프지 않고는 기타를 칠 수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게 됩니다. 얇은 장갑을 껴볼까, 순간 접착제를 손 끝에 발라볼까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접했었는데 그런 아이디어 중 하나가 상품화되어 나타난듯 합니다.


케이스 및 외관

  고릴라팁스(Gorilla tips)는 이렇게 사각의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있습니다. 포장이 쓸데없이 고급스럽다 싶은데 역시 생각보다 가격이 비쌉니다.


  외관은 골무처럼 생겼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실리콘으로 된 골무라고 보는게 제일 정확하겠네요. 세개는 크기가 같고 새끼손가락에 사용하는 것만 조금 작습니다.

  사실 이런 상품이 있는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고, 그다지 필요성을 못느껴서 별 관심도 없었는데 제게 기타를 배우는 학생 하나가 손끝에 자주 염증이 생기길래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한번 착용해보게 됐습니다(결론부터 말하면 크게 도움이 못될것 같습니다). 


착용 후기

  일단 착용하기가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저는 고릴라 팁스를 완전히 뒤집은 후에 손끝부터 말아 내려가는 방식으로 착용했는데 이게 맞는 것인지는 몰라도 다른 대안이 딱히 없긴 합니다.

  사진에서도 보이듯 피가 잘 안통해서 손 끝이 하얗게 됐습니다. 생각했던것 보다 조이는 편이고, 오래 착용하고 있으면 땀도 차는 느낌입니다. 손 끝이 안아프다기에 한번 껴봤지만 착용하는 그 자체로는 썩 유쾌한 느낌이 아닙니다. 숨구멍 하나 없는 실리콘이니 무리도 아니겠죠.


  가장 흔히잡는 C코드를 한번 잡아봤습니다. 손가락이 잘 보이게 엄지를 살짝 치우고 사진을 찍어봤네요. 사진에서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손 끝부분의 실리콘이 두툼해서 일단 손가락은 아프지 않습니다. 문제는 아프지 않은것을 너머 감각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미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탓이겠지만, 기타줄의 질감이 느껴지지 않는게 많이 어색하긴 합니다. 하지만, 기타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에겐 이게 단점으로 작용하진 않을것 같습니다.

  조금 더 연주해보니 초보가 사용하기에도 딱히 편할것 같지 않다는 느낌도 듭니다. 손 끝부분의 두툼한 실리콘때문인지 코드를 잡을 때 오히려 아랫줄에 더 잘 닿는 느낌입니다. 오래 기타를 연주한 사람들이야 금방 적응하겠지만,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원치않게 잡지 않은 기타줄이 닿는 상황이 이어질것 같습니다.

  또, 잘 미끄러지지 않는 실리콘 재질의 특성 상 슬라이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잘 미끄러지지도 않지만 줄의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슬라이드 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겠죠. 이렇게 보면 초보자에게도, 숙련자에게도 불만족스러운 제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게다가 앞서 말씀드린대로 생각보다 가격이 굉장히 비쌉니다. 장점은 손이 아프지 않다는 것 정도.. 


기타를 시작하는 분들께 전하는 당부의 말

  제가 레슨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더 절실히 와닿는 것은 배움에 요행은 없다는 것입니다. 처음 기타를 잡을 때 느껴지는 손 끝 고통이 무뎌질 때쯤 내 손으로 직접내는 아름다운 소리, 또 그 소리에서 느껴지는 희열.. 아마 기타라는 악기가 가지는 최고의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저 역시 약한 피부를 타고 났고, 네 손가락이 물집이 맺혀가며 시작했던 기타여서 더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고통 또한 즐거움으로 만들 수 있는 열정을 키워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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