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힌 귀의 중요성

  수 년 전, 믹서 앞에 서있던 나에게 한 사람이 질문 했다. "기타 치는 분이죠?", "네, 왜 그러시나요?" 나는 되물었다. "기타 소리가 좀 큰 것 같아서요." 듣고 보니 그런 듯도 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저는 드럼 치는데 자꾸 드럼을 키우게 되더라구요. 믹싱 하는거 보면 그 사람이 무슨 악기 하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그의 그 말은 나에게 균형잡힌 귀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그러면서 나만의 개성도 함께 나타낼 수 있는 소리를 만드는 것. 그 것을 위해서는 균형잡힌 귀, 그러니까 소리를 차별 없이 들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말이 쉽지 참 어려운 숙제다. 아마도 많은 음악가와 엔지니어들도 같은 숙제를 안고 있을 것이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되도록 많은 악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아무리 많은 악기를 해봐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있을테니 그 것에 치우칠 것이라는 회의도 들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아무 악기도 할줄 모른다면 어떨까? 듣기 무난한 소리를 만들 순 있어도 그 악기가 가지는 개성을 살릴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답은 없다. 단지 정답에 가까운 것이라면 균형잡힌 귀를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라 할 수 있겠다.


  어린 시절에는 항상 무엇이든 내가 더 돋보이기 위해 노력했었다. 어쩌면 그 점은 지금도 다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조화로움'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나 혼자 잘나서 어떤 일이 잘 되면 좋겠지만, 그 것이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과 조화를 잘 이루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의미의 균형잡힌 귀를 가져야한다. 즉,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치우침 없이 듣고, 그 것을 본인 생각에 잘 녹여내는 그런 능력. 어쩌면 이 시대에 잡음이 많은 것은 강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많지만 균형잡힌 귀를 가진 리더들이 별로 없기 때문은 아닐까? 이 글이 상대방을 뭉개고 이기는 것에 길들여진 세상에 비춰보면 따분하기만 한 글이겠지만, 이 글을 쓰면서 균형잡힌 귀를 가지기 위해 늘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그 것이 음악이든 일상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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