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이야기/Essay 둥근소리 2017. 10. 12. 09:05
올 봄부터 영남대학교병원의 병원학교 수업도 맡게 됐다. 긴 방학과 병원학교 내부공사로 인해 추석연휴가 지나서야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한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선생님~~ 결혼 선물이예요!"하고 선물을 내밀었다. "안에 그림편지도 썼어요! 집에서 열어보세요" 하는 말에 어째 선물보다는 그림편지가 더 기대가 됐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잊지않고 축하해주니 고맙고 기특하기 이를데 없다. 선물은 늘 열기 전에 더 설레는 법일까? 싱그러운 녹색 포장지와 계속 품고다녔는지 조금은 찌그러진 상자를 보니 더욱 그랬다. 목소리가 들릴듯한 상자 안쪽의 그림편지 덕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웹툰작가가 꿈이라 그러더니 생각보다 실력이 좋다. 훗날 정말 저런 멋진 집에서 살고 싶네. 선물은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던 수..
통기타 이야기/Essay 둥근소리 2017. 5. 29. 00:56
지금이야 평균적인 성인 남성의 체력은 있지만 어릴때 몸이 많이 약했다. 초등학교 다닐때는 체육시간에 참여했던 적이 거의 없었고, 입학 전에는 꽤 장기간 입원도 했었다. 퇴원 후에도 6년간 매주 혹은 매달 내원했기 때문에 나의 어린시절 기억은 온통 병원으로 가득 차있다. 그리고 어쩌면 지옥과도 같은 기억이다. 다시는 가고싶지 않았던 그 병원에 다시 가게 됐다. 어린시절 나와 같은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게 느껴졌다. 이미 다른 병원학교 수업을 맡고 있지만, 막상 내가 오랜기간 있었던 병원에 간다고 생각하니 더 무거운 마음이었나보다.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는데 이미 아이들이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밝은 표정으로 맞아주었고, 걱정했던것 보다 훨씬 좋은 분위기로 함께 시..
통기타 이야기/Essay 둥근소리 2015. 12. 11. 19:49
장기간 아픈 아이들의 학업유예를 막기위한 병원학교, 그 곳에서 우쿨렐레와 기타를 가르친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리고 지난 10월,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했다. 어떤 단체에서 발표회 형식의 공연을 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지만, 병원학교에서 하는 이 공연에 대해서 만큼은 조금 회의적이었다. 공연을 잘 끝마쳤을 때의 환희와 감동도 있지만 그 것을 준비하는 동안 받게 되는 스트레스가 혹여나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교육기관의 발표회는 당연히 정성들여 발표하는 사람들의 기쁨으로 채워져야하는데 가끔(혹은 대부분) 기관의 장이나 고위직 사람들의 욕심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히 계획보다 규모가 커지고, 무리한 스케줄로 이어진다. 내가 걱정했던 부분도 바로..
통기타 이야기/Essay 둥근소리 2015. 8. 16. 23:51
작년 이른 봄, 경북대병원 병원학교의 우쿨렐레 수업을 제안 받았다. 사실 그 전까지 우쿨렐레를 한번도 잡아본 적 없었고, 병원학교가 어떤 곳인지도 몰랐다. 그저 뭔가에 홀린듯 한번 해보겠다고 몇 번이고 대답했던 것 같다. 다행히 기타의 음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 우쿨렐레는 별 무리 없는 악기였고, 그렇게 해가 바뀌어 지금은 기타 수업도 하고 있다. 병원학교는 소아암 어린이들이 학업유예를 하지 않고도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병원 내에 설치된 학교다. 때문에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너무 마음 주지 말고 담담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조금 겁도 났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겠는가.. 그래도 아직까지 안좋은 이별은 없어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코드로 몇가지 노래들만 하던 아이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