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좋은 기타와 예쁜 기타 중 어떤게 잘 팔릴까?

  사람들과 기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보다 소리보다 디자인에 대해 신경쓰는 사람이 많다는 걸 느낀다. 바디의 모양이야 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헤드 모양이나 지판의 인레이, 커터웨이 등 외향적 요소 때문에 지금 자신이 쓰는 기타를 골랐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하이프렛을 전혀 쓰지 않지만 예뻐보여서 커터웨이 기타를 산 사람도 꽤 많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다른건 상관 없고 헤드에 박힌 브랜드만 보고 기타를 고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득 예전에 친구들과 했던 대화도 떠올랐다. "예쁜 기타가 소리도 더 좋게 느껴진다"는 쪽과 "소리가 좋은 기타가 외관도 더 예쁘게 느껴진다"는 쪽이 대립했다. 나는 후자였지만 사람 수로 치면 전자가 더 우세했다. 그들의 주장 중엔 안예쁘면 쳐보고 싶은 마음도 안생긴다는 말도 나왔었는데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위의 기타는 내가 아주 마음에 들어했던 기타 중에 하나인 테일러 614ce 신형이다. 소리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외관도 참 예뻤다. 나무로 된 픽가드가 참 예뻤고, 아이보로이드(상아처럼 가공된) 인레이도 그랬다. 이 사진에선 측후판이 드러나지 않지만, 플레임 가공된 메이플과 고동색에 가까운 토너가 어우러져서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그러면서 바인딩에는 자개 장식이 없다. 내가 외관이 제일 예쁜 기타로 이 기타를 꼽은 것은 청자개를 싫어하는 내 취향이 반영된 결과겠지(테일러에는 614보다 더 화려한 기타들이 많다). 

  생각해보면 소리도 그렇다. 614ce를 보고 예쁘지만 소리는 별로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메이플 바디의 특징 때문일 수도 있고, 테일러의 음색을 그다지 좋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취향차이다. 

 

  이쯤 되니 이 글의 제목도 의미가 없다. 소리가 좋은 기타도 예쁜 기타도 결국엔 취향의 차이니까. 그럼에도 보편적인 생각은 존재하고, 그것은 판매량으로 이어진다. 조사를 조금 해보니 현 시대에 판매량 상위에 있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디자인이 화려하고 예쁜 기타를 만드는 곳인듯 하다. 좋은 소리도 그렇지만 무대위에서 나를 더 돋보이게 해줄 예쁜 기타를 찾는 것도 어쩌면 인지상정이겠다. 그렇다고 해서 그 브랜드의 기타들이 소리가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다. 어쩌면 기타 제조사들의 기술력이 워낙에 상향 평준화 되어서 더욱 더 디자인이 부각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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