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라이트와 에이징에 대한 생각
- 통기타 이야기/악기 리뷰
- 2017. 2. 13. 22:06
블로그가 바뀌어도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많네요. 이 글로 새삼 감사함을 전합니다. 지난번에 '에이징'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쓴적이 있는데 그 글에 날카로운 질문 몇개가 올라왔습니다. 저도 생각만 했지 정리해볼 생각은 없었는데 이 기회를 빌어 글로 남겨놓으려 합니다. 사실 어떤 카테고리에 넣을지 고민이 많이 됐는데 일단은 악기 리뷰에 올려놓으려구요. 톤라이트를 직접 써보진 않았지만 톤라이트에 관한 글의 비중이 크니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이니 참고 정도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톤라이트(Tonerite), 에이징 머신?
고가의 기타를 쓰는 사람일수록 에이징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마련입니다. 좋은 목재를 사용해 만든 기타이니, 그 기타의 성능을 100% 끌어올려서 연주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그 기대감에서 주목을 받았던 제품이 톤라이트입니다. 줄을 걸어놓기만 하면 기타를 에이징 시켜준다는 톤라이트는 기타를 매일매일 오래 쳐줄 수 없는 직장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를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고가(약 25만원?)의 제품이지만 꽤 많이 팔렸습니다.
그러다가 톤라이트는 에이징을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톤의 변화만 가져오는 것이다. 또는 사용하지 않았더니 금방 원래의 소리로 돌아왔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각자가 느끼는 바가 다를테니 이런 논란은 계속 되겠지요.
톤라이트의 작동원리
톤라이트를 기타줄에 장착하면 기타줄에 진동을 주어 기타를 울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기타를 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것이겠죠. 이 때 톤라이트를 브릿지쪽으로 바짝 붙여서 장착하는 이유는 좁은 면적(구간)으로도 다양한 배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웹서핑을 해보니 진동의 강도를 조절하면서 다양하게 사용하면 더 효과를 볼것이라는 글들도 있네요. 제 생각엔 진동의 세기때문에 배음이 달라질것 같진 않아서 크게 다를바는 없을것 같은데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위 사진처럼 장착한다면 효과가 줄어들겁니다)
톤라이트의 효과
톤라이트로 인해 생기는 울림은 바디의 반응성을 끌어올려 줍니다. 굳이 비유하면 목재의 스트레칭 정도가 되겠습니다. 바디에 사용된 목재의 움직임이 유연해 지면서 좀 더 쉽게 소리가 나는 느낌을 줄겁니다. 근데 문제는 이것을 에이징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에이징은 오랜 세월이 흘러 목재의 수분이 마르면서 가벼워지고 섬유질이 더 견고해져 소리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는 것을 뜻하는데 톤라이트는 단순히 장시간 울림을 지속시켜서 목재를 스트레칭 시킨 정도 밖에는 안됩니다. 톤라이트 사용자 중 대다수가 톤라이트를 사용하다가 하지 않으면 톤라이트로 인해 열렸던 톤이 다시 닫히는 느낌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 톤라이트를 사용하면 에이징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 생깁니다. 물론 기타 연주를 자주 해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효과를 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세월이 지나야 에이징이 되는 것이라면 여기에 수십만원을 투자할 매력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기타 상판을 굽는 기법(Torrefied)은?
최근들어 메이저 기타 제조사들 사이에서 상판을 구워서 인위적으로 에이징 톤을 내는 기법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르는 목재의 수분을 인위적으로 말려버리는 것이죠. 이런 기법으로 만들어진 기타를 몇대 쳐봤는데 처음엔 상당히 열린 소리에 놀라게 됩니다. 하지만 이내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왜그런지 정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는데 아마도 연주가 동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에이징 톤을 연구하고 있는 제조사들도 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에이징은..
사람마다 악기의 에이징을 생각하는 관점은 다 다를것입니다. 저는 연주자와 악기가 서로 맞춰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로크가 에이징이 더 잘된다', '아니다. 아르페지오가 더 낫다' 이런식의 논쟁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차피 내 기타는 나에게 맞춰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연주하는 대로 기타도 열릴 것이고, 내가 성장하는 만큼 기타도 변해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점이 제게는 기타치는 또다른 재미입니다. 또, 호기심 많은 제가 기타의 상판을 구운 기타나, 에이징 머신에 관심이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계로 최고의 에이징 톤을 얻어도 그 것을 연주하는 내가 별 볼일 없으면 크게 의미 없지 않을까요? 기타와 함께 성장하는 자신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기타도 멋지게 에이징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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