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작은 악기사들을 보며 드는 생각

  요즘은 많이 사라졌지만 내가 어린 시절 용돈을 모아 악기를 하나, 둘 사모을 때만 하더라도 동네 악기사가 제법 있었다. 그 곳은 악기를 좋아하던 나에겐 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었고, 동경의 장소였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동네 악기사는 물론이고, 악기시장의 메카였던 서울의 낙원상가 조차도 예전같지 않다고 하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의 발달은 커다란 유통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래도 직접 연주해보고 구매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악기의 특성상 조금 다를거라 생각했지만, 그 시기가 늦었을 뿐 별반 다르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그 것도 원래 연주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의 생각이지 처음 구입할 사람들은 홈쇼핑을 보고 전화로 편히 주문하는것이랑 뭐가 다르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는 지금, 동네 악기사들은 더욱 더 경쟁력을 잃고 있다. 애초에 가격 경쟁이 되지 않다보니 자연히 제고는 쌓이게 되고, 드문드문 방문 하던 고객들도 오래된 악기를 보고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다. 악기가 팔리지 않으니 새 악기를 들여오는것도 힘들고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종 방문하는 고객들은 들어본적 없는 무명 브랜드의 기타를 제 값보다 고가에 사는 피해를 입기도 한다. 살아남으려고 그랬다 하겠지만, 그 것을 사는 사람은 무슨 잘못인가. (물론 이색 홍보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는 곳들도 있겠다)

  빈티지한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선뜻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겠지. 처절한 시장의 원리 속에 옛 낭만도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악기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참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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