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이 직접 펼치는 공연에 대한 생각

  장기간 아픈 아이들의 학업유예를 막기위한 병원학교, 그 곳에서 우쿨렐레와 기타를 가르친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리고 지난 10월,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했다. 어떤 단체에서 발표회 형식의 공연을 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지만, 병원학교에서 하는 이 공연에 대해서 만큼은 조금 회의적이었다. 공연을 잘 끝마쳤을 때의 환희와 감동도 있지만 그 것을 준비하는 동안 받게 되는 스트레스가 혹여나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교육기관의 발표회는 당연히 정성들여 발표하는 사람들의 기쁨으로 채워져야하는데 가끔(혹은 대부분) 기관의 장이나 고위직 사람들의 욕심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히 계획보다 규모가 커지고, 무리한 스케줄로 이어진다. 내가 걱정했던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다. 분명 좋은 일이지만 '우리가 이런 좋은 일을 한다'는 얄팍한 생색에 아이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되니까.

 

  공연 장소가 병원이고, 리허설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리 매끄러운 공연은 아니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관점에서 보면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공연을 마친 아이들의 눈은 빛났고, 더 밝은 표정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한 걱정들을 기우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처음에 아이들이 공연을 하게끔 설득하는데 애먹은걸 생각하면 그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과가 좋게 나오니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행사가 있어야 더 많은 지원도 이끌어 낼 수 있고, 사람들의 관심도 더 부를 수 있으니 필요하긴 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단지 행사의 담당자나 단체의 장이 어떤 의식을 가지고 행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아이들 스스로도 많은 의미를 담아갈 수 있는 공연이었길 바란다. 내가 악기와 함께 많은 것을 배워나갔듯이.. 조금 더 욕심이 있다면 그 친구들에게도 나와 함께한 시간이 오래 간직될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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