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그리고 촛불의 추억

  4년 전 겨울, 동호회 연습실에 꽤 긴시간 정전이 있었다. 강습 시간은 다가오고 사람들은 하나둘 모였지만,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암흑같은 연습실 속에서 핸드폰 액정 불빛으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일과를 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사람들에게 정전 때문에 수업을 못한다고 말하기가 너무 미안했다. 이런저런 시도와 고민을 반복한 끝에 수업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을 때 "엠티때 썼던 초가 남아 있는데 그걸 쓰자"라는 제안이 들렸다. 안절부절 못하는 나와 달리 일사불란하게 초에 불을 붙여나가던 사람들..


  그들의 열정이 남긴 풍경이다. 어른어른 거리는 촛불에 눈이 아플만도 한데 모두가 웃음지며 노래하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수업을 포기할까 생각했던 그 사실이 아직도 괜시리 미안하다. 

  3년 후, 그러니까 작년 봄에 이 때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사람들에게 번개모임을 제안했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따뜻한 마음으로 기타를 즐겨보자는 취지였는데 많은 사람이 함께 해줘서 다시 한번 비슷한 풍경을 연출했다.


  위 사진들의 주인공들 중 연락이 닿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기타를 계속 잡고 있다면.. 그 때의 마음을 기억한다면 언젠간 다시 만나게 될거라고 의심치 않는다. 그래도 그 때를 추억할 사진 한장이 내게 남아 있다는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한장의 추억..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