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학교 아이들과의 인연

  작년 이른 봄, 경북대병원 병원학교의 우쿨렐레 수업을 제안 받았다. 사실 그 전까지 우쿨렐레를 한번도 잡아본 적 없었고, 병원학교가 어떤 곳인지도 몰랐다. 그저 뭔가에 홀린듯 한번 해보겠다고 몇 번이고 대답했던 것 같다. 다행히 기타의 음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 우쿨렐레는 별 무리 없는 악기였고, 그렇게 해가 바뀌어 지금은 기타 수업도 하고 있다.


  병원학교는 소아암 어린이들이 학업유예를 하지 않고도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병원 내에 설치된 학교다. 때문에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너무 마음 주지 말고 담담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조금 겁도 났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겠는가.. 그래도 아직까지 안좋은 이별은 없어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코드로 몇가지 노래들만 하던 아이들이 연주곡도 곧 잘 할만큼 시간이 흘렀다. 물론 그 사이 모두 퇴원해서 건강히 지내고 있다. 그 중 한 친구는 아직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내가 10여년 전 처음으로 돈을 벌어 샀던 기타가 매개가 됐다. 새삼 신기한 인연이다. 

 

  올 봄, 아이들이 예뻐보여 찍었던 사진 속 동생들은 우쿨렐레, 오빠들은 기타를 쳤다. 더듬거리는 동생들에게 맞춰 기타를 쳐주는 녀석들이 참 멋지고 듬직해보인다. 물론 다소 산만한 동생들과 함께하는 것이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겠지만, 훗날 돌아보면 분명 이 것도 서로에게 괜찮은 추억이 될 것이다.


  하루하루 갈수록 아이들이 더 밝아짐을 느낀다. 그 것은 물론 병이 다 나아가기 때문이겠지만, 지치고 힘들었던 날들을 함께 했던 기타 수업도 조금은 기여했길 바라는 마음도 든다. 앞으로도 이웃의 형처럼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좋아하는 음악도 같이 나눌 수 있는 수업을 계속 하고 싶다. 아마도 그게 이 아이들과의 인연을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일테니.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