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딩하며 느끼는 점들

  블로그 방문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직 예전 블로그의 1/10 수준이지만 네이버 검색을 통해 유입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과 여행이나 제품리뷰를 거의 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꽤 선방하고 있다. 이럴 때 글을 많이 발행해야하지만 최근 블로그에 조금 소홀해진 것은 온 신경이 레코딩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그저 취미삼아 블로그에 올리는 정도의 녹음만 하다가 막상 제대로 해보려니 역시 쉬운게 없다. 답을 찾아가는 중 느끼는 점들이 있어서 몇가지 적어본다.


1. 내려놓았던 좋은 기타, 좋은 장비에 대한 갈망

  나는 좋은 기타, 혹은 비싼 기타에 큰 관심이 없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런 저런 기타를 써보면서 기타치는 재미는 기타의 가격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후론 새로운 기타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기타로 어떤 소리를 낼 수 있을까에 더 관심이 많았었다.

  그러다 이렇게 레코딩에 열중해보니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녹음을 하다보면 지금의 기타로는 니 귀에 익숙한 그 소리는 절대 안나올 거라고 했다. 또, 소리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다 보면 다시 좋은 기타에 관심이 갈 것이라 했다. 아마도 지금이 그 때가 아닌가 싶다. 


  기타 뿐만이 아니었다. 고음질과 좋은 음색을 위해 필요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란게 느껴지고 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타와 장비에 대한 목마름이라 더 바짝 타는 느낌이지만 이렇게 또 한번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가보다.


2. 사소한것까지 신경써야 할게 많다.

  녹음을 하다보니 숨소리나 옷 스치는 소리, 넥을 움켜쥐는 소리까지 신경쓰인다. 지인의 카카오스토리에서 본 마스크 쓴 연주자의 모습이 결코 오버가 아니라는게 이제서야 와닿는다. 게다가 옷 스치는 소리 때문에 옷까지 가려입게 될줄이야.. 게다가 액션을 크게 해서 연주했던 부분들도 신경써서 쳐야하니 라이브와는 많이 다르다는게 느껴진다. 


  이렇게 많은 것들이 신경쓰이는데 손톱이라고 신경쓰이지 않을리 없다. 평소엔 짧으면 짧은대로 길면 긴대로 쳤지만, 손톱 긁히는 소리가 거슬리지 않게 하려고 적당한 길이와 모양까지 유지하려니 은근히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또, 행여나 손이 상할까 더 조심조심하게 되는 것도 있다. 아마 얼마전 손가락에 물집이 생길 정도의 화상을 입었던 터라 더 의식되는 것도 같다. 글을 쓰는 나도 '더럽게 예민하네' 라는 말이 나오는데 글을 읽는 사람들의 표정도 뻔하리라..


3. 괜히 픽업을 사용하는게 아니더라.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자들의 앨범을 들어보면 대부분 픽업을 통해 녹음한 것들이 많다. 물론 마이킹을 함께해서 절묘하게 블랜딩 했겠지만 왜 기타 본연의 소리와 다르게 굳이 저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왔다. 직접 작업을 해보니 픽업소스를 블랜딩 시키면 원하는 톤을 만드는게 좀 더 수월한 느낌이다. 타격기를 쓰는 입장에서 클리핑도 신경이 쓰이는데 그 점에서도 게인을 컨트롤하기 편했다. 또, 앞서 말한 여러가지 노이즈를 방지하는 이점은 덤이려나..


4. 실력을 실감..

  최근 몇년은 그닥 하지도 않았지만, 라이브가 어느정도 관객과의 호흡과 분위기에 따라 묻어갈 수 있었던 느낌이라면 레코딩은 완전히 까발려진 느낌이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소리에 묻어나는 느낌이랄까.. 예전에 아주 어릴때 모 연주자가 라이브도 좋지만 레코딩 세션에도 관심을 가져봐라고 조언했었는데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지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 실력을 확실하게 실감하고 있다. 물론 좌절보다는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거라 생각하고 있다. 늘 그랬듯 항상 겸손하게 행하고, 나만의 색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영원한 숙제 '둥근소리'를 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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