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는 배우기 쉬운 악기인가?

  예전 블로그에서 한 칼럼을 읽고 분노하여 글을 쓴 적이 있다. 복고와 맞물려 오디션 프로가 광풍을 일으키던 시절, 기타 광고까지 적절히 섞인 지극히 평범한 칼럼이었지만 "통기타는 음치나 박치도 배우기 쉬운 악기다" 라는 글귀 하나가 굉장히 불쾌하게 만들었던 기억이다. 수 년이 지나고 블로그를 다시 꾸리는 지금 '통기타는 과연 배우기 쉬운 악기인가?'하는 물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일단 통기타가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악기인 것은 분명하다. 대중 음악에도 많이 쓰이고 있고, 나름대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어서 취미로 시작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배우기 쉽다'는 말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주악기로 기타를 배운다고 가정할 때 일단 코드 두개만 배우면 노래 몇곡을 할 수 있다. 바로 생각나는 노래만 그 정도이지 수십, 수백곡이 될지도 모른다. 자, 그럼 대부분의 사람이 코드 두개로 이뤄진 곡 수십곡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여기에 'Yes'라는 답을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코드 두개와 가장 기본적인 주법에 만족하며 칠 수 있다면 기타는 배우기 쉬운악기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반면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테크니컬한 속주나 분위기를 지배 할만한 중후한 연주가 목표라고 한다면 그저 쉽지만은 않은 악기다.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기타를 가르치면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한 질문은 "기타를 치려고 마음먹은 계기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어떤 가수나 연주자에게 감동을 받아서 시작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이성에게 관심을 받기위해서 배우는 사람도 있다. 기타를 시작하게 된 모든 계기와 이유를 존중하지만 "그냥 악기를 하나 하고 싶은데 기타가 제일 만만해보여서" 라는 답은 좀 싫어한다. 저 답을 싫어하는 것은 기타가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참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는데 기타가 마냥 좋아서 온 사람이 아니라 그냥 '가장 쉬운 악기'를 찾아서 온 사람 치고 진득하게 배우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모든 사람이 다 같진 않겠지만 막상 해보면 손도 꽤 아프고, 상당히 인내심도 필요하다. 무작정 쉽다고만 생각하고 시작한 사람은 예쁘게 나지 않는 소리에 빨리 싫증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기타를 좋아하는 마음이 진지하지 않다면 그런 인내의 과정이 즐거울리도 만무하다. 

  이런 이야기를 주절 거리는 것은 기타 자체가 배우기 쉬운지 어려운지 논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기타를 정말 좋아해서 배우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어려운 악기라고 한들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쉬운 악기라고 한들 그저 손 아프고 별로 즐겁지 않은 악기로 다가올 것이니까.. 모든것이 그렇겠지만 기타를 배움에 있어서도 쉽고 어려움은 마음가짐에 달려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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