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를 즐기는 마음과 나의 음악

  담배나 술을 즐기지 않는 나는 차(茶)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서 때가 되면 꼬박꼬박 차를 마시거나 차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것은 아니다. 언제부턴가 '차 한잔'에 짝꿍처럼 따라다니는 '여유'라는 단어처럼 그저 팍팍한 삶에 잠시나마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차를 좋아할 뿐이다.


 얼마 전부터 차를 즐기는 일도 취미의 범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각종 차의 재료로 직접 차를 내려 마시는 하면 직접 볶는 사람까지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차에 대해 박식한 사람들도 늘었다. 내 주위에도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는, 혹은 다도를 배우는 지인들이 제법 있어서 각종 차들에 대한 지식을 얻을 기회가 자연스럽게 있었지만 사실 나는 그 차들의 이름 조차도 잘 모른다. 아마도 차의 맛보다는 분위기를 즐기기 때문일거다.


  '무인 곽원갑' 이라는 영화에서 마지막 결투를 앞둔 두 무인의 대화는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차를 제대로 알고 마시면 더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다는 쪽과 중요한 것은 차 자체가 아니라 그 것을 즐기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쪽.. 어느 한쪽도 틀린 의견은 없지만 내 생각은 후자에 가깝다. 좋아하는 차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즐겁지만, 여러가지 지식이나 가격에 대해서 알게 될수록 편견도 쌓이게 되어 오히려 차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에 방해가 될 때도 있다.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지인들의 친절한 설명에도 한귀로 듣고 흘려버릴 때가 많다.


 내겐 좋은 차, 비싼 차 보다는 함께 즐기는 사람이 훨씬 더 중요하다.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종이컵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고 한들 안즐거울 수 있겠나. 

  생각해보면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제대로 알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저 기분따라 내 마음대로 즐기는 음악도 좋을 것이다. 또, 비싸고 좋은 기타로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하는 이들이 좋다면 줄이 높이 떠버린 싸구려 기타면 어떠한가. 가끔 더 잘하고픈 욕심에 진짜 중요한 것들을 망각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 때마다 차를 즐기는 은은한 마음으로 나의 음악을 하겠다고 다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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